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카타르가 이란과 직접 안보 대화를 추진하면서, 걸프 지역의 유일한 안보 보증국이라는 워싱턴의 수십 년 된 역할이 붕괴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카타르가 이란과 직접 안보 대화를 추진하면서, 걸프 지역의 유일한 안보 보증국이라는 워싱턴의 수십 년 된 역할이 붕괴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카타르는 지역 안보 체계 구축을 위해 이란과 직접 외교 채널을 열고 미국을 배제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2월 28일 분쟁 이후 걸프 동맹국들 사이에서 워싱턴의 신뢰도가 급락한 데 따른 조치다.
중동 지역을 담당하는 지정학적 리스크 분석가 엘레나 피셔는 "걸프 국가들은 미국의 안보 보증이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며 "규제되고 교전하는 적대국이 예측 불가능한 후원자보다 안전하다는 판단 아래 헤징(헷지)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텔레그래프가 6월 30일 보도한 이번 협상은, 6월 17일 체결된 미국-이란 양해각서(MOU)가 테헤란에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두고 걸프 국가들과 협상할 것을 명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오만은 6월 23일 무스카트에서 이란 마제리스 의장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와 압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을 초청해 회담을 진행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향후 지역 외교의 주요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거래량의 약 21%를 처리한다.
이러한 외교적 재편은 수십 년간 군사적 패권을 유지해온 워싱턴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위협이 되고 있다. 걸프 국가들이 테헤란과 독자적인 합의에 도달할 경우, 미국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할 수 있다. MOU 제8조는 테헤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이란이 말라카 해협을 모델로 한 통행료 징수 시스템을 제안한 호르무즈 해협 관리 문제에서도 미국의 입지가 좁아질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는 분석가들이 "억지력 격차(deterrence gap)"라고 부르는 현상, 즉 미국의 군사력이 더 이상 걸프 지역의 안보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전쟁연구소에 따르면 이란과 그 대리 세력들은 2월 28일 분쟁 발발 이후 수천기의 공중 체계를 동원해 지역 인프라를 공격했다. 미국은 6월 27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군사 목표물 10곳에 대한 공습을 포함한 보복 공격을 감행했지만, 테헤란은 6월 28일에도 쿠웨이트와 바레인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는 등 위협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역 안보의 재평가
걸프 지역의 이러한 외교적 선회는 전통적인 국제 관계 이론에 도전하는 행보다. 기존 이론은 국가들이 자국을 공격한 적대국에 대해 균형을 맞추려 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나 걸프 군주국들은 테헤란과 협력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워싱턴의 신뢰성 상실에 있다. 미국이 걸프 지역에서 이와 유사한 신뢰성 위기에 직면했던 마지막 사례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였으며, 당시 걸프 국가들은 미국을 배제하기보다 오히려 안보 협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계산이 완전히 뒤집혔다.
예루살렘 포스트가 인용한 바레인 분석가 아흐메드 알쿠자이 박사는 "MOU는 호르무즈 해협을 성공적으로 재개통시킨 것이라기보다, 더 깊은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 채 해상 교통에 대한 압박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데 그쳤다"고 평가했다. "외형과 단기적 완화에 집중한 결과, MOU는 갈등의 표면을 얼려놓았을 뿐 구조적 방아쇠는 건드리지 못했다."
이란의 지속적인 공격(6월 25일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 M/V 에버 러블리호와 6월 27일 파나마 선적 유조선 M/T 키쿠호에 대한 드론 공격)은 휴전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 사령부는 지역 내 미군 기지들이 "머지않아 지옥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을 통해 "이란은 머지않은 미래까지 최고 수준의 핵 사찰을 전면적으로 수용하기로 완전히 합의했다"고 반박했다.
석유 시장의 운명
호르무즈 해협의 교란은 글로벌 원유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해협은 하루 약 2,100만 배럴, 즉 전 세계 소비량의 약 5분의 1을 처리한다. 브렌트유는 이미 2월 분쟁 이후 리스크 프리미엄이 반영된 상태이며, 미국을 배제한 걸프-이란 안보 체계는 통행료, 보험 및 항로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
총 3조 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걸프 국부펀드들에게 이번 사태는 석유를 넘어선 의미를 갖는다. 이란과의 지역 안보 협정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중단됐던 경제 다각화 프로젝트,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 프로그램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투자 조언을 구성하지 않습니다.